연구실 세팅

10월 16일(금)

오늘은 거의 연구실 세팅에 모든 시간을 소비했다. 연구실 키를 수령하는 것을 비롯하여, 인터넷이 가능하게 하는 것들까지 모든 일들을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소모품들을 학교에서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이코노마트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관련된 비품들을 이메일로 신청하면 제공해 준다. 심지어는 A4용지서부터 전원을 연결하기 위한 익스텐션까지 말이다. 그런데 익스텐션을 신청하고 기다리는 것이 무척이나 더뎌 보여서 그냥 내가 직접 밖에 마트에 가서 사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나라에서의 24시 편의점 같이 발달된 것은 거의 없어서, 이 마트를 찾는데 만도 몇 십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중앙역 근처에 있는 메트로 마트라는 곳이 있었는데, 여기에 가보니 우리가 이용하는 마트와 같이 거의 모든 물품들이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마트와 같이 밝은 분위기라기보다는, 그냥 대충 필요한 물품들을 쌓아놓고 파는 분위기가 다른점이라면 다른 점이었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이들 서양인들의 눈에는 나 같은 동양인들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고 학교 사람들을 만난 첫날, 나보러 북한에서 왔냐 아니면 남한에서 왔냐 하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이는 그들에게 남북의 구분이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평소에 동북아시아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말이다. 마치 우리가 예전에 북예멘 남예멘의 차이를 모르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오늘 연구실에서 두 명의 박사과정들을 만났다. 이들은 내 생각에 조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수업시간 끝나기 전에 대기를 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와서 과제 같은 것을 내기도 하고, 상담을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한 것이다. 아무래도 학교의 다른 잡무에 동원이 안 되어서 그런지 삶의 여유는 꽤 있어 보였다. 한 몇의 박사과정 생은 헌법과 가족법을 전공한다고 하면서, 패미니즘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다른 한 명의 박사과정생은 내가 명함을 주니까 다음 주에 자신의 명함을 주겠노라며, 자신의 소개를 다음번으로 미뤘다.

연구실을 이용하면서 또한 신기한 일은 이들은 저녁 늦게나, 아니면 주말에는 학교 건물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이 연구실을 사용하는 박사과정생에게 주말이도 연구실을 이용할 수 있냐고 물으니, 전체적으로 문을 닫는다고 하면서 자신은 주말에 안나와봐서 모르니 1층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물어보란다. 그래서 직접 내려가 물으니, 평일에는 오전 6시에서 오후 6시까지 건물을 열고, 주말에는 토요일만 오후 1시정도까지 문을 연다고 한다. 이런 일은 오히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대학에서의 연구기능을 생각하면 우리보다 좋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 물론 이곳의 대학들이 모두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상 이곳 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나에게 있어서 조차도 생활이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생활에 필요한 필수적인 것들에 대해 아부도 설명해 주지 않기 때문에 느끼는 어려움만 있을 뿐이다. 오히려 이곳에 와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호텔에 돌아오면 매우 정막한 공간으로 들어선 느낌인데, 그러다보니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TV를 켜게 된다. 이곳 TV프로그램은 물론 대부분 프랑스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한 채널에서 영국 BBC채널을 제공해 준다. 그러다보니 영어를 계속 듣게 되어 어느 정도 필요한 내용들을 흡수한다.

사실 대부분의 벨기에 사람들이 영어를 어느 정도 사용할 줄 아는 분위기다. 이제까지 내가 만나본 벨기에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였다. 예전에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그런 기분과는 좀 다르다. 오늘과 같은 미국 중심의 세계화 사회에서 이러한 점은 이들에게 매우 큰 장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에서의 일부 몰지각한 정치 지도자들처럼 영어를 공용어로 만들자거나, 몰입식 교육을 하자고 하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과는 다른 문화적 장점을 살리는 것이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일 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이용해 본 교통수단은 트램과 전철(메트로)이다. 트램은 노선이 무척이나 복잡해서 이용하기에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전철의 경우 매우 쉽게 노선도가 구성되어 있고, 갈아타는 것도 내린 자리에서 바로 탈 수 있어 편리하다. 우리나라에서처럼 한참 이동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전철표도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일일에 몇 번을 이용하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므로 구간별로 요금을 책정하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더 편리하고, 심지어는 표 하나를 가지고 버스, 트램, 전철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적응의 과정을 거치느라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내일을 주말이란다. 그래서 나도 좀 다음 한 주 동안 이곳에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면서 숙소를 중심으로 머물 예정이다.

Posted by 정보꼬뮨

2009/10/17 20:07 2009/10/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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