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입법

촛불 이야기가 간간이 아직도 나오는 것을 보면, 촛불의 경험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단순히 평화적인 시위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형 민주주의라는 논제를 노출시켰던 21세기의 첫 번째 사건이라는 데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촛불집회의 의미는 각자 개인들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갔을 것이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이 맘 속으로 지지와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 개인적으로도 촛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논하기가 힘든 측면이 있었다. 그것은 좀 더 고민이 필요했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또한 그것은 촛불의 열기가 좀 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현재의 정세는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대로 굴러가는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은 촛불의 함성이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들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 결과 대화보다는 봉쇄의 길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 이면에서는 각종 시혜적 정책들을 운영하여 민심을 수습해보고자 했던 것 같다. 현 시점의 전세계적인 경제불황은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게는 호기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느낌마저도 든다.

그러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촛불의 함성과 열기는 식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것은 촛불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주로 젊은 세대들이였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경험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은 그리 쉽게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까지 경험으로 보건대, 그러한 경험이라는 것이 잊혀질 수도 있지만 촛불이 가지는 상징성은 그러한 망각의 가능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서구사회의 문제인식보다는 한국적인 문제인식을 찾아헤메이는 많은 이들에게 촛불의 경험은 많은 것들을 시사해 준다. 그것은 이론적인 논의에서건 실천적인 논의에서건 좋은 사례로서, 그리고 대안적인 제도적 상상력으로서 활용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것이 진보정치의 일면적인 승리를 의미하지만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진보와 보수라는 가치가 어더한 이유에서건 희미해져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직된 보수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경직된 진보의 자세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진정한 진보가 아닐 것이다.

서구의 역사에 기반 한 대의민주주의라는 기본적인 질서는, 한국사회에서 촛불이라는 우연적인 경험을 통하여 의심받게 되었다. 과연 국민들이 선출한 대표들은 진정으로 국민전체를 위한 정책을 펼 것인가? 그들도 결국에는 자신들의 욕망을 품고 있는 한 인간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등의 의문이 그것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존재한다. 그들이 만드는 정책과 법률은 과연 진정한 숙고의 결과물이며,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와 직결되어 있는 것인가라는 의심을 해볼 때가 된 것 같다.

우리가 보통 국회를 통해 형성된 법(률)이라는 것은 생각할 때, 이미 국회의 민주적 절차를 거쳐 형성된 법은 더이상 국민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인식을 주곤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있어서 이러한 법이 형성해 놓은 제도에 종속되어 사고를 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법 자체의 독자적 논리에 위배된다는 그것은 하나의 정치적 의견의 차원을 넘어, 불법적인 것으로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소위 '강력한 법률주의(legalism)'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하다 보니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결부되어 있는 사안에서 그들의 이익을 강제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은 자신들의 이익과 부합하는 법률을 제정해 놓는 것이 되었고, 사회가 전문화 및 복잡화되어 가면서 그러한 경향은 법률 홍수의 시대를 낳고 있는 것 같다.

공식적인 선거라는 절차를 통한 권력 구성과 평가를 주축으로 하는 대의민주주의 질서는, 촛불과 같은 민중주의적인 의견들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논제들과 대면하고 있다. 해결책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해결책들 중 눈에 띄는 것은, (i) 기존 대의민주주의의 이상형에 좀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강제 및 유도해 나가는 방안, (ii) 운동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좀 더 강화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안들을 고민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첫 번째 방안의 경우 이미 대의민주주의의 일탈과 폐해를 경험한 상태에서 무작정 계몽주의적으로 시민사회를 조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두 번째 대안의 경우 운동으로서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제도적으로 뒷받침 될 수 있을지가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이 두 번째 가능성과 관련하여 촛불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중대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촛불이 입법에 주는 의미이다.

Posted by 정보꼬뮨

2008/11/26 08:48 2008/11/26 08:48

Trackback URL : http://infocommune.net/legisprudence/trackback/60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44 : 45 : 46 : 47 : 48 : 49 : 50 : 51 : 52 : ... 100 : Next »

블로그 이미지

입법학, 정보법학 그리고 일상에 대한 개인 블로그입니다.

- 정보꼬뮨





Notices

Calendar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Site Stats

Total hits:
110047
Today:
15
Yesterday:
40
15명이 RSS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정보공유라이선스 2.0 : 영리금지'에 따라 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올블로그 배너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