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학에 대한 개념정의

입법학이라는 용어에 대해 이곳 저곳에서 서로 개념정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 하다. 어떤 이들은 입법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성립 불가능한 것이라고 여기며, 어떤 이들은 입법학을 그저 돈벌이를 위한 블루 오션이라고 여기고 있는 느낌을 준다. 몇년전 입법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만들어진 한 단체의 모임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입법학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것으로부터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았다는 사실. 특히 입법학이라는 것이 법제정과 관련된 문제이다보니, 연구 용역을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들을 가진 자들과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 모임이 다소 흐지부지 되면서 그런 날파리 부류의 입법학 전문가(?)들은 다 떠나갔지만 말이다. 물론 그들은 아직도 어딘가에서 입법학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학자들이 입법학이라는 학문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대해 천착해 왔다. 그런데 사실 입법학이라는 것이 딱히 무엇이다라고 언급하기 힘든 학문분야라는 사실이다. 물론 학문적 대상으로만 보자면야 법의 형성 및 제정과 관련된 다학제적 학문분야라고 언급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설명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콜라병을 보면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진짜로 콜라를 담는 병이라고만 언급할 뿐, 그러한 콜라병이 어떠한 유용성과 가치를 가질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좀 추상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정말 이상적인 개념들만 나열하는 형이상학 그 자체라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상황은 사실 서구의 입법학자들도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현대 입법학의 특이점이라면 입법학이라는 학문 그 자체가 다학제적인 성격으로 인해, 상당기간 동안 발전해 온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기법들을 수용해가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다학제적인 입법학의 특성은 입법학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못한다. 그러하기에 입법학의 존재 의의에 대한 논의부터 진중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나는 입법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싶다(물론 이러한 개념정의는 추후 좀 더 섬세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회내에 존재하는 불일치들을 직시하고, 그러한 불일치의 가능성들이 법 그 자체에 보존되도록 해 줄수 있는 다학제적 학문 분과"

기존의 관념에서 법이라는 것은 불일치를 제거하고, 사회적인 통합에 기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언급되어 왔으며, 특히 법원에서의 판결은 이러한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가 더욱 다원화되면서 그러한 불일치들이 단순하게 특정 권위체들의 판단에 의해 제거될 수 없음을 느끼게 되었고, 그러한 측면에서 법이 근원적으로 폭력성, 달리 말하자면 특정인들의 도덕적인 가치판단을 배제할 수밖에 없음이 회자되고 있다. 그 결과, 법원 재판과 관련된 사법판결 이론 분야에서도 다양한 논리들이 개발되고는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 그다지 큰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지는 못하다고 판단된다. 물론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사법판결이론들은 대부분 그러한 불일치 존재의 불가피성을 시인하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입법학이라는 학문 분야도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한다. 이에 따라, 누구도 쉽게 부정하기 힘든 과학성 또는 객관성을 가지는 논거들을 만들고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게 되며, 그러한 과학성과 객관성에 의탁하여 불일치로 인한 잡음을 제거하려는 목표를 입법학의 지상과제로 설정하는 학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학자들의 견해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다지 괄목할만한 것은 되지 못하지만, 그간 입법학 연구에 수용되어 온 사회과학적인 방법론들은 그 자체대로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과학적인 방법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도 명백하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아무리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논거들 만들어 낸다고 할지라도 사회적 또는 정치적 불일치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제거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불일치와 함께 살아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일치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위해 필요한 학문이 바로 입법학이다.
또한 이것은 "갈등의 제도화"를 의미한다.

Posted by 정보꼬뮨

2011/01/25 09:57 2011/01/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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